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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세계정세를 흔들 5가지 이슈 - 시사인 Cover story

by 푸른복숭아 202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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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의 틀이 해체 수순으로 들어가는 결정적 시기가 될 수 있다. 세계정세를 좌우할 다섯 가지 이슈를 골라 정리했다. <시사IN 848호 커버스토리 요약 -이종태 기자>

 

 2차 세계대전 직후 짜인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는 나름 이상적 목표를 지향하고 있었다.그러나 2023년 이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그리 정의롭지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인류사에선 대안 없는 질서의 파괴가 재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이나 러시아를 그 대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2024년 세계정세를 좌우할 다섯 가지 이슈를 선정해 정리했다.

 

 

■ 미국-중국 기술 전쟁: 미국의 ‘중국 테크 압박’ 전략은 실패하지 않았다
■글로벌 경제: 화끈한 침체 없이 화끈한 반등 없다
■ 우크라이나 전쟁: 시간은 러시아의 편이다
■ 가자 분쟁: 아직 희망이 남았을까?
■ 미국 대선: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

  미국-중국 기술 전쟁: 미국의 ‘중국 테크 압박’ 전략은 실패하지 않았다

 

 반도체 등 최첨단 기술 부문에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러나 답변을 갈음할 수 있는 상징적 상품이 2023년 8월 등장했다.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가 출시한 5G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다.

이 스마트폰에는 최첨단 ‘7나노(nm)’급 반도체가 장착되었다. 중국 국유 반도체 제조업체인 SMIC가 만든 기린 9000s다. 전 세계가 경악했다. 중국인들이 불가능한 일을 해낸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 네덜란드 등 우방국 민간업체들까지 아울러 최첨단 반도체 및 그 제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었다. 7나노급 반도체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의 ‘노광 장비’인 EUV(극자외선)가 없다면 절대 만들 수 없는 물건이었다.

기린 9000s의 등장은 ‘미국이 막아도 중국은 돌파해낸다’는 암묵적 선언이었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패권국가로 등극할 것이라는 예언적 상징처럼 보였다. 〈인민일보〉(9월12일)는 “미국의 경제제재가 중국의 기술발전을 저지할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다”라며 기염을 토했다. 〈이코노미스트〉(11월13일)에 따르면, 중국의 “소셜미디어엔 화웨이 광고판 앞에서 절을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업로드되었다”.

미국은 어느 쪽을 선택할까?

수출통제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기린 9000s가 수출통제의 ‘빈틈’ 덕분에 양산 가능했고 ‘경제적 합리성’도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선 대중국 수출통제를 완화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오히려 수출통제를 강화하고 통제 범위도 넓히는 것이 합목적적이다. 비교적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는 지난 11월 중순의 바이든-시진핑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은 완강한 입장을 보였다. 첨단기술 수출통제에 대한 시진핑의 불만에 바이든이 단호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미국 첨단기술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약화시키는 데 사용되는 걸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다.”

 ■ 글로벌 경제: 화끈한 침체 없이 화끈한 반등 없다

 

 세계 각국의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올해 여러 차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터이다. '의외로' 경제가 이럭저럭 굴러갔기 때문이다. 지난해(2022년) 말 대다수 국제기구와 학계는 광범위한 경기침체(recession)가 2023년을 덮칠 것이라 예측했다.

2023년에 대한 비관적 예측의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금리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물가를 잡기 위해 2022년 초에 ‘사실상 0%’였던 기준금리를 같은 해 연말엔 4%대 중반까지 인상했다. 이어서 ‘내년(2023년)에도 계속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기관들이 ‘고금리에 따른 2023년 글로벌 경기침체’를 예측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2023년의 경기침체로 물가가 안정되면 중앙은행들은 비로소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었다. 이에 따라 2024년엔 경기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고 2023년의 예측자들은 내다봤다.

그러나 이 예측은 실현되지 않았다. 2분기 이상 연속으로 경제 규모가 축소되는 현상(마이너스 성장)인 ‘광범위한 경기침체’는 2023년에 없었다. 금리인상이 계속되었지만, 글로벌 경제는 고금리 환경에서도 완만하게나마 성장했다. 소비와 고용(미국에선 뜨거웠다)도 비교적 양호했다. 이런 와중에도 인플레이션율은 점차 하락해 미국에서는 2023년 하반기 들어 3%대 중반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이를 반드시 좋은 신호로 볼 수는 없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대가’를 반드시 요구한다. 만약 2022년 말의 예측(‘화끈한’ 경기침체)이 실현되었다면, 중앙은행들은 2023년 중반이나 하반기에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을 터이다. 각 기관들은 2023년 말인 현재 희망찬 ‘2024년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화끈한 침체가 없었으니 화끈한 반등도 없을 전망이다.

대다수 국제기구와 금융기관들은 2024년에도 글로벌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성장 폭은 올해보다 낮을 터이다.

11월29일 나온 OECD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GDP(생산 규모)는 올해 2.9%(전년도 대비, 잠정치)를 기록한 뒤 2024년엔 2.7%로 완만하게 둔화된다. 2025년에 3.0%로 소폭 개선될 것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기관들이 2024년을 전망하고 있다. 구체적 수치는 다르지만, 일련의 가정들을 공유한다. 첫째, 경기침체는 오지 않을 것이다. 둘째, 인플레이션은 완화된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이 ‘이젠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없다’고 확신해 금리를 내릴 시기가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예측한 ‘2024년 연말 미국 기준금리’는, 골드만삭스 5.13%. 모건스탠리 4.375%, 제이피모건 4.5%, 바클리스 5.25~5.5%(현재와 동일) 등이다.

 

■ 우크라이나 전쟁: 시간은 러시아의 편이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침공한 직후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흑해 인접)를 지금도 여전히 통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여름부터 이 전선들에서 대반격을 펼쳤으나 성과는 크지 않다.

〈이코노미스트〉는 전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5개월 동안 많은 피와 비용이 들었지만 우크라이나가 11월 초까지 거둔 성과는 미미하다. 수복한 영토는 우크라이나 전 국토의 0.1%도 안 되는 약 400㎢에 불과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의 18% 정도를 점령하고 있다.”

길고 긴 소모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양측 모두 병력과 무기가 더 필요하다. 이 경쟁에선 권위주의 국가인 러시아가 유리하다. 우크라이나는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들의 무기 공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나 올해 들어 지원이 지체되었다.

서방국가들은 전쟁의 장기화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미국에선 공화당이 지원을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11월 초,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610억 달러)와 이스라엘(143억 달러) 지원 법안을 함께 처리해달라고 하원에 요청했다. 공화당 주도의 하원은 이스라엘 지원 법안만 통과시켰다.

러시아는 내년 3월에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푸틴은 대통령 선거 이전에 ‘러시아 군이 승기를 잡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대공세를 펼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2024년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시행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시간은 러시아의 편이다. 권위주의 독재자인 푸틴은 국내 여론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더욱이 2023년 하반기에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러시아 경제 상황이 개선되었다. 푸틴은 서방국가들이 지칠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한 미국 고위 관료는 CNN(12월1일)에 푸틴이 11월 미국 대선 때까지 “전쟁을 끌고 나갈 심산인 것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비관적 전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남부에 접한 흑해는 이 나라의 곡물 등 수출품이 대서양으로 나가는 항로다. 러시아는 흑해에 배치한 함대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막는 한편 남부 내륙 도시들로 로켓을 발사해왔다.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과 해상 드론으로 러시아 흑해 함대를 후퇴시킨 전과는, 서방국가들로부터도 인정받고 있다.

■ 가자 분쟁: 아직 희망이 남았을까?

 

 이스라엘 군은 2023년 12월 초 현재, 가자지구 남부에서 섬멸전을 벌이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12월5일 현재 팔레스타인 사람 1만5000여 명이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전으로 살해당했다. 그중 절반은 어린이다.

중동엔 크게 두 종류의 ‘적대 관계’가 있다.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이슬람 수니파) 대 이란(시아파)’이다. 이 지역에서 가장 부유한 사우디가 ‘실리파’라면, 이란은 ‘미군 축출’과 ‘이스라엘 절멸’을 대의명분으로 삼는다. 두 나라는 예멘·시리아·리비아 등 내전에서 대리전을 펼쳐왔다. 이란은 시아파인 예멘의 후티 반군, 시리아 아사드 정권,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을 지원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는 수니파지만 이란의 자금과 무기를 제공받는다. ‘반(反)이스라엘’이란 대의에서 일치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의 적대 관계는 ‘아랍 대 이스라엘’이다.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바레인·아랍에미리트 등 페르시아만 주변의 ‘걸프 국가(비교적 부유하고 경제성장에 집중)’들은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는 대체로 인정한다.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은 이스라엘과 국교를 이미 수립했다. 다만 ‘아랍 대 이스라엘’ 관계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동한다.

2023년은 이 같은 적대 관계의 두 축이 모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해였다. 지난 3월, 앙숙인 사우디와 이란이 중국의 중재로 외교관계를 정상화했다. 이와 함께 사우디는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논의를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엔 큰 걸림돌이 있었다. 팔레스타인 문제다. 국제법적으로 인정된 팔레스타인 영토는 이스라엘(국제법적 영토)의 동쪽(서안지구)과 서남쪽(가자지구)에 접해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의 백수십여 곳에 자국 시민들과 군대를 투입해서 정착촌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팔레스타인의 합법적 영토에 ‘알박기’를 해왔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1993년 미국 백악관에서 체결된 오슬로 협정이다. 협정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자국 시민들을 서안지구에서 철수시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건설하도록 협조해야 한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을 승인해야 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도 해결하길 원했다. 〈워싱턴포스트〉(12월2일)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두 국가 해법’을 받아들이라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거듭 요청해왔다. 네타냐후는 거부했다. 그러나 사우디 왕세자이며 사실상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이 지난 9월 〈폭스뉴스〉에 털어놓은 다음 발언을 감안하면 두 나라가 이럭저럭 타협점으로 접근 중이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우리(사우디와 이스라엘)는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큰 딜(deal)로 매일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습격해 1400여 명(주로 민간인들)을 살해한 사건으로 중동지역의 평화 무드는 끝장나고 말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축으로 이란에 대응하는 한편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견제하려고 했다. 이 구상도 일단 수포로 돌아갔다.

 

■ 미국 대선: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

 

 내년(2024년) 11월5일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를 향한 질주는 이미 진행 중이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자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당내 경선 일정이 내년 1월15일 아이오와주에서 시작된다.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두 번째 본선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에서 지지율 60%를 홀로 차지할 정도로 다른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있다.

두 사람 중엔 누가 더 유력할까? 2023년 하반기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트럼프의 지지율이 바이든보다 지속적으로 4~5%포인트 정도 높게 나온다. 바이든은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는 데다 새로운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면 83세(트럼프는 79세)다.

양극화된 미국 정치에서 ‘정책 공약’은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두 사람의 대결은 상대방을 ‘미국의 적’으로 몰아붙이는 구도로 전개될 것이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타이완 무력 침공 위협, 중동지역의 긴장 등으로 미국의 글로벌 패권과 기존 세계질서가 위협당할 2024년에 트럼프의 대통령 집권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고립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뿐 아니라 미국이 유사시 타이완 방어에 나설지조차 모호해진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의 오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을 〈이코노미스트〉(11월13일)는 극히 냉소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가 후보에서 탈락하거나 후보로 나와도 패배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가능성은 놀라울 정도로 높다. 그 결과는 민주주의와 전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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