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MBTI를 믿지 않는다.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칼 융이라는 학자가 만들었다고 알려진 MBTI는 특정 상황에서 사람이 보이는 반응이나 행동양식과 같은 사람의 성격을 정형화해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이성적 또는 감성적인 성향에 대해 T 또는 F로 표현하고 정형화된 극단적 두 행동양식 사이에 있는 범주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이것은 MBTI를 연구한 학자가 인간의 성격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인간의 성격적 성향에 집중해 연구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The Others 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극단적으로 T 성향 또는 F 성향을 보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대부분은 태평양만큼이나 넓은 T 와 F 사이 그 어딘가에서 우리는 우리만의 각자의 좌표를 찍고 그 근방을 떠돌고 있을 뿐이다.
MBTI가 유행하는이유는 아무래도 간단하고 단순하며 쉽고 재미있는 것을 선호하는 인간의 본성과 과학적 지식에 한 쪽 발을 걸친 엄청 바쁜 현대인의 특성이 콜라보를 이룬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의 뇌는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쉽고 간단하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속한다. 그래서 복잡하고 어렵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현대인들은 너무나 바쁘고 시간이 늘 부족하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데에도 시간을 충분히 낼 여유가 없다. 그래서 손쉽게 알파벳 몇개로 나를 소개하거나 상대방을 파악하는게 너무나 매력적이다. 나를 분석하고 남을 알아가는데 뜸들일 여유가 없다. 대체 내가 그 사람을 알아가는데 소중한 내 시간을 왜 써야 하는건데? 라고 강변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 T야.", 또는 '걔 J야." 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너무나 여유가 없어보인다. 시간적인 여유든, 마음의 여유든. 그래서 하나도 매력적이지 않다. 슬프기까지 하다.
하지만 나도 남산위의 소나무는 아니므로 사람들과 섞여 살려면 눈치껏 행동하고 말하는 수밖에 없다. 적당히 MBTI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둘러대기도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에게 손쉽게 벽을 치기 위해 나의 성향을 알파벳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나의 MBTI를 공개하는 목적은 '나를 알려고 하지마. 나를 분석하거나 파악하거나 평가하려고 하지마. 딱 질색이니까.' 너에게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야. T 랑 P. 알겠지?
그렇게 나는 MBTI를 나름 유용하게 써먹어왔다.
나는 공개적으로 T 다.----------당신의 감정에 공감할 의지가 없어요. 나는 나름대로 바쁘거든요.
나는 공개적으로 N이다 -------- 그게 더 멋져보여.
나는 공개적으로 I 다. ----------당신은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아니네요.
T 라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사람은 그래서 자기가 원하는 사람들하고만 연결되려고 한다. 나도 그렇다. 사람을 터놓고 만나는데 조금 무섭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나의 시간을 쓰는 게 자꾸자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대부분 T 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의 성향이 아니다. 사람의 성향은 똑같은 수가 없으니까 다른 성향이 문제될 리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다. 하지만 나같은 사람들은 MBTI와 같은 알파벳 뒤에 숨어서 연결되기를 거부하거나 두려워한다. F라고 자기를 대변하는 사람들도 자기한데 'FRAGILE' 스티커를 붙여놓고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T와 F는 만날 수 없는걸까? 아니다. 우리는 모두 고정된 좌표를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부표처럼 떠다닌다.
그렇다면 고정되어 있지도 않은 부표같은 성향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중요한 것은 어떻게 연결되느냐. 나와 타인이 서로 어떤 태도로 만나느냐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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