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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이런 생각해

나와 나의 두더지들

by 푸른복숭아 2024.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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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나를 기준으로 생각을 하니 아마 '꽤 많이 고민한다' 라고 답할 것 같다. 아니 내가 한 고민이 어떤 고민인가? 또는 나라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그런 고민인가? 그런 류의 고민을 했나? 라고 묻는다면 그것에 대해 추가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자기에 대해 고민을 할까? 한다면 어떤 고민을 할까? 어떤 종류의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질까?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자기비판, 자기 반성을 주로 많이 했다. 나의 유년기 특성상 나의 장점이나 자아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기보다는 나는 나의 어두운 면,그림자를 먼저 보아오면서 자랐다. 그런 특성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너무나 다행인 것은 내가 선천적으로 낙천적이고 '잘 까먹는' 어머니를 닮았다는 점이다. 집요한 면이 없다는 것은 살면서 정말 큰 축복인 것 같다. 집요한 사람처럼 자기 스스로를 그리고 타인을 지치게 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최근에 소소한 사건이 있었다. 그것때문에 마음에 돌은 얹어 놓은 듯 하더니 최근에야 마음이 편해졌다. 아무래도 내 뇌에서 그 사건을 '까먹은것' 같다. 

한우리 캠퍼스에서 '토론지도사2급' 강의를 신청해서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조가 정해지고 나는 토론지도사로서의 성장을 기대하며 한껏 들뜬 마음으로 수업과 조별 활동에 참여했다. 잔뜩 부푼 '이 놈의 자아'가 문제를 일으킨다. 항상 그렇다. 실상 나는 나름대로 토론에 자신이 있었고 내가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었다. 토론수업도 재미있게 하고 있었고, 다른 한우리선생님 - 나보다 '관심이 없었을 - 과 토론스터디를 진행할때도 나는 걔중에 내가 제일 나은 것 만 같은 착각을 해왔었다. '착각'인 것은 확실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조별 과제를 하면서 1명의 말이 거슬렸다. 이것저것 할 일은 나누는 과정에서 나에게 모임의 한명이 '자기가 먼대 하라마라야' 라는 말을 했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두번, 그것도 온라인으로 만난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어서다.  '하라마라야' 를 말한 사람은 일종의 농담으로 말한듯 했고, 저런말을 농담으로 하는 것이 더욱 나를 놀라게했다.  다른 한명은 그 말을 듣고 재미있다는 듯이, 저런 말을 하다니 저 사람 유머스럽다, 라는 표정을 지으며 둘이 재미있어했다. 나는 그 순간부터 이 모임이 너무 싫어졌다.  함부로 말하면서 자기들끼리 웃고 즐거워하는 무감각이 너무 싫었다. 내가 한동안 벙 찐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도 무엇이 잘못된건지 모르는 것 같았다. 다들 온라인으로 두번 만난 사람에게 '자기가 뭔대 하라마라야' 라는 말을 '선생님께서는 그런 의견이시군요.'를 말하듯이 하는 가? 나는 그 상황이 지금도 잘 이해가 안간다.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이런 말을 하고 다른 한명은 재미있다고 웃는 것일까? 하지만 더 파고들지 않기로 하자... 

 

조장이었던 나는 조장을 못하겠다고 선언했고, 나의 태도는 싸늘해졌다. 아마 이때부터 조의 분위기가 나빠진 듯 하다. 4명 가운데 3명이 - 1명은 관망자세를 취했다. - 특히 나와 한 선생님의 의견이 크게 대립했다. 서로 웃고 떠들던 두명은 절친이라도 된듯 행동했으므로 그들은 사실상 한명이다. 그나마 애초에 그 말을 한 사람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나와 정면대결을 펴지는 않았다. 눈치없이 웃던 그 사람과 서로 빈정이 상했고 빈정 상한것을 티를 냄과 동시에 선을 넘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했다. 의미없는 '엄지척'과 '하트'를 상대방의 챗에 보내기도 했다. 

 문제의 발단이 무엇이고 누구의 잘못인지를 떠나서 이런 경우에 자책감은 다양한 방면에서 튀어나온다. 아니 사방팔방에서 자책감이라는 놈들이 나를 공격한다. 자다가도, 먹다가도 씻다가도 먼가를 보다가도 두더지게임을 하듯이 망치로 때려도 올라오고, 또 때려도 또 올라온다. 때려도 때려도 계속 올라오면 일단 올라오게 둘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깨닫는다. 올라오고 싶은 만큼 올라와야 이 상황이 끝나는 구나... 

 

 오늘 그 상황이 끝났다. 나는 눈치없이 웃던 그녀에게, 아니 나만큼 감각이 예민하지 않을 그녀에게, 아마도 정말 감각이 무디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을, 내 생각만큼 나쁜 사람은 아닐 그녀에게 나는 그때 힘들었고, 즐겁게 살고 싶다고말했다. 아마도 그녀는 감각이 예민하지 않으므로 무슨 말인지 모를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더이상 두더지가 올라오지 않으니 나는 다시 행복하다. 

 

그리고 이 소소한 사건을 통해 나에 대해 조금 알게되었다. 

나의 두더지들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집요한 두더지들은 아니라는 것은. 

 

사진: Unsplash 의 ahmad kan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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