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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이런 책 읽어

쉿, 나의 세컨드는 - 김경미 시집

by 푸른복숭아 2024.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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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시집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십여년전 어딘가에서 읽었던 시 한편이 너무 좋았더랬는데, 이제사 그 시가 들어있는 시집을 사게 되네요. 

게으름이 무한정입니다......

 

사실 몇년전에 이 시인의 시집을 한권 사기는 했습니다.  제목을 보니 틀림없이 내가 생각하는 시가 들어있을 것이다. 라는 확신을 가지고 시집을 샀었습니다. 목차를 확인했을 때 분명 그 시의 제목은 없었지만,,, 시집의 제목이 제가 그 시집을 사도록 이끌었습니다. 분명 그 시는 없었는데...  

시집을 받고 확인했을 때 정말 그 시가 들어있지 않더군요. 괜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없는것을 알고, 다 알고 샀는데도 실망감이 들었습니다. 참으로 인간의 마음은, 아니 저의 마음은 간사합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이 시가 좋다는 사람 이야기를 듣고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쉬이 찾아졌습니다. 신기하게도, 

 

알고보니 2010년 2쇄 발행을 끝으로 시집을 만들지 않았다가 2023년 문학동네에서 과거 절판되었던 시집들을 다시 발행하는 포에지* 시리즈 가운데 이 시집이 포함된 듯 합니다.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연한 보랏빛이 도는 분홍색의 시집으로요. 

 

*포에지(poesie): (프랑스어) 시의 세계가 가지는 정취, 시를 짓는 방법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문학의 한 장르로 시를 표현한 글 

 

 

제가 좋아하는 시를 소개할게요. 

사진: Unsplash 의 Dushawn Jovic

 

<식사법>

                                                        김경미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 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두려움과 후회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 것 마저 다 낭비해버리고픈 멸치 똥 같은 날들이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

 

한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번의 삶, 을

잘 넘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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