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균,쇠>의 6장에서 인류가 '먹고 살기 위해' 무의식적 선택과 진화를 과정을 거치며 수렵·채집민으로부터 농경민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수렵·채집에 비해 식량을 생산하는 농경민의 삶이 더 경쟁력 있었기 때문에 현재 지구에 남아있는 대부분의 후손들은 농경민의 후예라는 정체성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번에는 식량 생산을 '식물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어떨까.' 7장부터 10장까지는 식물의 관점에서 식량 생산이 진화하고 확산되는 사실을 설명한다. 자연에 존재하는 수많은 야생식물과 야생동물을 모조리 가축화해서 인간이 더욱 유용해지는데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랬다면 온갖 야생식물과 야생동물들의 멸종을 이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이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작가는 아몬드의 문제도 인간의 문제도 아니라고 한다.
초기 식량 생산을 시작했던 인류는 무수히 많은 도전을 했고 그 가운데 인간에게 유용한 몇가지 식물을 발견해 작물화에 성공했다. 그때 작물화 하지 못한 종들은 지금의 기술로도 작물화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그들의 피나는 노력을 방증한다.
어떤 것들은 너무나 느리게 성장해서 그것이 자라는 것을 보느니 내가 말라 죽는 편이 빠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을 것이고, 또 어떤 것들은 인간이 먹기에 너무나 작아서 아무리 먹어도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또 어떤 것들은 내입에 들어가기도 전에 새나 곤충들이 먼저 먹어치워 버리니 허탈했을 것이다.
작물화에 성공한 식물가운데 아몬드는 아몬드와 인간의 무의식적 선택과 협력적 진화의 소중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중한 결과물들은 전 세계에 걸쳐 고루 일어나지 않았을까? 또 시기는 왜 이렇게 다른가? 이것이야말로 인간에게 책임이 있었던 게 아닐까?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 비옥한 초승달 지대(메소포타미아)에 주목해야 한다. 이곳은 농경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으로 알려져있다. 작물화도 가축화도 이곳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졌다.
작가는 원인을 이렇게 분석한다.
첫째, 지중해성 기후대 - 인간에게도 좋고 식물에게도 좋은 환경, 부드러운 줄기를 가진 한해살이 식물로 진화하였다.
둘째, 비옥한 땅 - 수렵·채집시기에도 이미 작물화 수준의 야생곡류 자라고 있었다. 작물화가 그만큼 쉬웠을 것이다.
셋째, '자웅동체 독행자' 방식의 수분을 하는 식물의 비율이 높았다. 작물화하기 쉬운 식물이라는 뜻이다.
넷째,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넓기도 하지만 고도가 높아 식물종이 다양하고 수확기 시차가 있다.
다섯째, 가축화할 수 있는 대형 포유동물도 다양하다.
위와 같은 원인으로 인해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가장 먼저 농경이 시작되었다.
식량생산이 늦거나 전혀 진행되지 않은 지역의 경우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가지고 있는 이점과 정확히 반대되는 특징을 보인다. 생물종이 다양하지 않거나 가축화할 대형 포유동물이 없다. 작물화 할 수 있는 야생식물종과 가축화 할 수 있는 야생 동물종이 존재하느냐 않느냐의 사실에서 이런 차이가 발생한다.
9장에서는 8장과 비슷한 질문이 주제어만 '가축화'로 바뀌어 서술된다. 아몬드처럼 동물의 경우에도 특정 동물은 가축화되는 반면 얼룩말이나 순록과 같은 동물은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축화에 실패하였다. 특정동물만 가축화 한 것은 왜 그럴까? 당연스럽게도 식물과 달리 동물은 '능동성'이라는 특징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한다.
여기에서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이 필요하다.
첫째, 식습관 - 코끼리를 굶겨 죽이려고 섬에 유배한 조선시대를 생각해보라. 심지어 육식동물의 경우 공들여 키운 초식동물을 또다시 갖다 바쳐야 한다. 판다는 한두마리가 동물원에 있을 때 유용하지 가축으로 키운다면 인간은 푸바오를 먹이기 위해 평생 대나무를 길러야 할 것이다.
둘째, 생장률 - 지나치게 느린 성장은 농장주를 지치게 한다.
셋째, 인공 번식 문제 - 그들만의 짝짓기 방식이 있다는 걸 잊지말자.
넷째, 포악한 성격 - 회색곰은 청소년기만 되어도 농장주를 죽일 수 있다. 얼룩말은 '모히칸 스타일의 머리와 전신 이레즈미를 하고 있는 고집불통 망나니'다.

다섯째, 지나치게 겁에 질려 허둥대는 성향 - 이것도 포악한 성격 못지 않게 못말리는 특징이다. 돌보고 이동할 때마다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인간에게는 최악이었을 것이다.
여섯째, 사회구조 - 무리를 짓거나, 위계질서가 있거나 지나치게 배타적이지 않은 성향의 동물이 가축화하기 좋다.
그러니까 반대로 가축화가 늦거나 실패한 지역의 경우 - 안나 카레리나의 말 처럼 - 불행히도 그 지역에는 위의 여섯가지 원인에 해당하는 동물들만 존재했다. 저 가운데 하나의 특징만 있어도 가축화는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다행스럽게도 유라시아는 위의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 동물종이 있었고 심지어 꽤 다양했다.
(10장)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식량생산에 적합한 작물과 가축화에 적합한 동물종이 많았던 지역은 바로 비옥한 초승달 지대를 포함하는 유라시아다. 유라시아는 어째서 이런 축복을 받을 수 있었나.
작가는 그 원인을 대륙의 축에서 찾는다. 아메리카나 아프리카와 달리 비슷한 위도의 대륙이 동서를 축으로 하여 넓게 펼쳐지는 유라시아 대륙이 이 모든 것들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남북의 축을 가지고 있는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는 위도의 차이로 인해 기후가 다르고 그에 따라 작물의 전파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더해 지형적·생태적 장벽까지 그 원인이 된다.
이런 축 방향의 차이는 과학기술이나 발명품, 문자의 전파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세가지는 역사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요인들이다.
유라시아는 모든 면에서 빨랐다. 동서를 축으로 드넓게 펼쳐진 유라시아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역사의 운명도 이 축을 중심으로 굴러갔다.
** 감상: 10장정도까지 읽으니 약간 불안해진다. 이 책을 썼을 때 작가의 나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성향이 생긴다는데, 책이 두꺼운 이유는 작가가 할아버지라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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